1.

한 사람의 사회적 평가는 결국 그 사람의 사회적인 효용에 달렸다. 효용에는 희소가치의 개념이 포함된다. 그가 얼마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를 대신할 사람이 얼마나 드문가이다. 나를 대체할 사람이 없을수록 수입과 명예가 늘어난다. 

2.

세상은 이를 부추긴다.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스스로의 전문적인 직능에 몰두하라고. 그리하면 직책, 찬사, 부가 주어질 것이라며 말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 이는 부적응자, 패배자로 낙인찍힌다. 

3.

그런데 사람들을 바라보다 보면 성취에 실패한 이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이들, 끊임없이 경쟁에 이겨온 사람들, 더 가질 것 없이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들도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무너져내린다. 왜 그럴까. 

4.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자기 자신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회가 평가하는 그의 가치, 효용가치이지, 스스로가 정의 내린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5.

자아정체성 (identity)은 스스로 생각하는 확고한 자기 자신의 상이다. 무엇을 먹을 때 기쁘고, 어디에 있을 때 홀가분하며,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감동하는지에 대한, 나만이 내릴 수 있는 답들이다. 결국 하나뿐인 삶을 어떻게 채우고 싶은지에 대한 나만의 답이 자아 정체성이다. 

6.

물론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하고자 (이를테면 좋은 아빠, 믿음직스러운 아내, 유능한 직원 등) 하는 노력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다만 여기에만 몰입하다 보면 사회에서의 역할을 획득하는 것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시 하게 된다. 

7.

되고 싶은 스스로의 모습, 살아가고 싶은 삶에 대한 섬세한 고민 없이는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빈칸을 채울 수 없다. 직업이 무엇인지, 얼마나 가졌는지, 어떠한 명예나 권력이 있는지는 타인이 씌워준 목걸이에 불과하다. 

8. 

자신의 소명, 바라는 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두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알아차리려는 태도다. 지금 나아가는 이 길이 한 번 뿐인 내 삶에 후회가 없을 그 길인지 말이다.

9.

주변의 기대가 아닌, 지금 여기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갈 때 비로소 캔버스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10.

오늘부터 '나'라는 그림을 그려보자. 나는 언제 기뻐하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곁에 누가 있고, 누가 떠나갔는지, 좋아하는 옷은 어떤 것이고 싫어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어디로 떠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오늘과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나'이길 바라는지.  

원문 읽기 : 나는 무엇일까, 삶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그 답은 어디에 있을까